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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골목상권) 디지털화

전통시장은 왜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가?

by dh-news 2025. 7. 1.

전통시장은 한국 사회의 경제, 문화, 그리고 공동체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상업 공간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이웃과 인사를 나누며 직접 식재료와 생필품을 고르는 전통시장에서 일상의 많은 부분을 해결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소비자의 생활 방식이 급변하면서, 전통시장의 위치는 점점 주류 소비 구조에서 이탈하고 있다. 특히 20~40대 젊은 소비층은 전통시장에 대해 ‘불편하다’, ‘정보 접근이 어렵다’, ‘현대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곧 방문 감소와 매출 하락으로 이어진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통시장의 환경개선 사업, 시설 현대화, 공동 마케팅 등을 추진해 왔지만, 진짜 문제는 물리적 인프라보다 소비 환경과 연결되지 않는 ‘비가시성’에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하나의 대안이 아니라, 전통시장이 생존하고 재도약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시장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

 

디지털 환경 속에서 전통시장이 소외되는 구조적 현실

디지털 기술은 이제 유통과 소비의 기본 인프라가 되었다. 소비자는 매장에 가지 않고도 상품의 리뷰, 재고, 가격, 배송 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결제와 주문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통시장은 이러한 디지털 유통 구조와 연결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어떤 고객이 “○○시장에서 유명한 수제 어묵을 사야겠다”고 생각해도 구체적인 위치, 운영시간, 재고, 결제 수단 등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SNS에 상품 사진이 올라오지도 않고, 예약 주문이나 택배 서비스도 별도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구조 속에서 전통시장은 디지털 플랫폼의 검색 대상에서조차 제외되며, 이는 곧 시장 전체의 매출 하락과 고령 상인의 생계 위기로 직결된다. 실제로 통계청의 2023년 자료에 따르면, 전통시장의 연평균 방문객 수는 최근 5년 사이 약 35% 감소했으며, 특히 20~30대의 방문율은 10%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온라인 커머스 시장은 연평균 15% 이상 성장했다. 이처럼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전통시장은 점점 더 소비자와 멀어지는 구조로 고착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전통시장에 가져올 변화와 기회

디지털 전환이란 단순히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올리는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전통시장이 디지털화를 실현하면,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변화가 가능해진다.

(1) 판매 채널 확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배달의민족, 카카오 채널 등을 통해 전통시장 제품을 전국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다. 특히 지역 특산물, 수제 먹거리, 계절상품 등은 차별화된 콘텐츠로 브랜딩이 가능하다.

(2) 고객 커뮤니케이션 강화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 쇼츠 등을 활용하면 단골 손은 물론 신규 소비자에게도 시장 스토리, 신제품, 이벤트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이는 전통시장을 ‘브랜드’로 만들 수 있는 중요한 도구다.

(3) 결제와 운영 시스템의 효율성

QR 결제, 모바일 POS, 키오스크를 도입하면 고객의 결제 편의성이 높아지고, 매출 관리와 재고 분석도 체계적으로 가능하다. 이는 상인의 시간과 인건비를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4) 콘텐츠 기반 유입 증가

디지털 전환을 통해 만들어진 영상 콘텐츠, 후기, SNS 공유는 자연스럽게 시장에 대한 관심과 방문 동기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서울 광장시장의 라이브커머스 사례나 대구 서문시장의 인플루언서 협업 사례는 이런 흐름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기술 적용이 아니라, 전통시장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현대 소비 방식에 맞춰 새롭게 번역해 주는 과정이다. 이는 단지 판매를 위한 전략이 아니라, 전통시장이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재설계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디지털화가 어려운 전통시장의 현실과 과제

그렇다면 왜 모든 전통시장이 아직 디지털화에 성공하지 못했을까? 여기에는 몇 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1) 상인의 디지털 역량 부족

전통시장 상인의 상당수가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이들은 스마트폰 조작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고, SNS 운영, 온라인 상품 등록, 고객 응대 등은 더욱 부담스럽다.

(2) 단기 지원 위주의 정책 구조

정부와 지자체는 POS 보급, 스마트스토어 교육, 장비 설치 등의 정책을 제공하지만, 대부분이 단기 프로젝트 중심이다. 교육은 1~2회성에 그치고, 운영 컨설팅이나 지속적 멘토링이 부족해 실제 정착률이 낮다.

(3) 시장 단위의 협업 구조 부재

디지털 전환은 개별 점포가 단독으로 수행하기에는 역량과 자원이 부족하다. 그러나 많은 전통시장은 공동 브랜딩, 공동 온라인몰, 협업 콘텐츠 제작 체계가 부재한 상황이다.

(4) 고객 맞춤형 콘텐츠 부족

소비자는 감성적·스토리 기반의 콘텐츠에 반응하는데, 전통시장 대부분은 단순 상품 나열식 홍보에 머물고 있다. 고객의 관심을 끄는 콘텐츠 전략이 필요한데, 이 부분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인재가 시장 내에 없다. 이처럼 디지털화가 실패하거나 정착되지 못하는 이유는 기술 부족이 아니라, 운영 구조와 사람 중심 전략이 부재한 데 있다. 단순히 ‘SNS 좀 해보자’는 접근은 시장 현실과 너무 멀다.

 

결론 :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은 지역경제 회복의 핵심이다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생존 전략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 경제를 재생시키고, 지역 공동체의 연결 구조를 다시 활성화하는 중요한 열쇠다. 청년 창업가와 전통시장 상인이 협업하여 온라인몰을 만들고, SNS로 시장 소식을 전하고, 라이브커머스로 상품을 소개하며, 고객은 다시 시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전통시장은 단지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이야기와 사람, 기술이 공존하는 복합 상업 문화 공간으로 진화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은 어렵지만, 반드시 해야 할 변화다. 그리고 그 변화는 개별 점포가 아니라, 시장 단위로, 구조 단위로 설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지속 가능한 정책, 청년 인력과의 협업 모델, 시장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 개편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전통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인 자산을 품고 있다. 이제 필요한 건 그 매력을 새로운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술과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