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골목상권) 디지털화

전통시장 디지털화 - 공동 배달 운영 시스템

dh-news 2025. 7. 10. 22:53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받는 기술적 변화가 아니라, 시장 전체의 영업 구조를 온라인 유통 환경에 맞춰 재편성하는 ‘운영 체계의 구조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배달 플랫폼과의 연동은 그 자체로 새로운 수익 경로를 열 수 있는 수단이지만, 점포 개별 입점 방식으로는 고령 상인의 운영 부담, 조리-포장-응대의 동시 처리 문제, 물류 지연 및 고객 불만 증가, 수수료 구조의 수익성 악화 등 다양한 한계에 직면하게 되며, 실제로 단기 실험 형태의 입점은 유지율이 6개월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 ‘시장 단위 공동 배달 운영 모델’이며, 이는 단순히 배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내부의 상점 간 협업, 행정 및 제3영역(청년·스타트업 등)과의 연계, 물류 동선의 공동 설계, 포장 표준화, 앱 콘텐츠 일원화, 주문 처리의 중앙집중화 등 복합적인 구조 설계를 포함한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공동 배달 체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3개 시장의 사례를 중심으로 그 구조적 설계와 운영 방식, 성과와 지속 가능성 요인을 분석함으로써, 향후 유사 모델 도입을 고려하는 전통시장과 정책 주체에게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한다.

 

공동 배달 운영 시스템

 

 

사례 ① 강원 ○○시장 – 공공 인프라 기반 ‘시장 브랜드 통합’ 모델

강원 ○○시장은 지자체 직영 배달앱을 통해 전통시장 단위의 배달 플랫폼을 구축한 사례로, 핵심 전략은 ‘시장 브랜드 통합’과 ‘공동 포장처리소 운영’의 이중 구조였다. 상점 개별 운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 인근에 별도의 공공 포장센터를 설치하고 주문이 발생하면 상인은 상품만 준비하고, 수거-포장-출고는 전담 조직이 처리하도록 분업화했다. 중요한 점은 이 센터가 단순 물류 집하소가 아니라 주문 집계와 포장 규격화, 고객 안내 메시지 전송, 리뷰 대응까지 포함하는 ‘시장 운영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이다. 또한 앱 내에서 점포를 나열하지 않고, ‘○○시장 통합몰’ 형태로 콘텐츠를 구성하여 고객은 마치 하나의 브랜드 안에서 여러 상품을 선택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며, 이는 전통시장의 최대 약점인 ‘상점별 비일관성’을 해소하고 고객 이탈률을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시장은 공동 포장비, 배달비, 고객 응대 인력 인건비 일부를 지자체-시장 조합-참여 점포가 비율 분담하는 구조를 도입해 운영 비용의 지속 가능성까지 확보했다.

사례 ② 충북 ○○시장 – 청년 디지털 매니저 중심의 공동 오퍼레이션

충북 ○○시장은 전통시장의 디지털화 과정에 청년 인력을 전략적으로 배치하여, ‘디지털 운영 셀(cell)’을 구성하고 이들을 통해 전체 배달 운영을 중앙화한 사례다. 디지털 셀은 총 4인으로 구성되어, 주문 접수 관리, 배달앱 메뉴 콘텐츠 작성, 리뷰 응대, 고객 채팅 응대, CS 대응을 모두 전담했으며, 상인은 단순히 조리와 제품 준비만을 담당하는 구조로 역할이 구분되었다. 특이점은 배달앱 내 상점 정보가 통합되어 운영되었다는 점으로, 상점 간 구분은 유지하되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일원화해 고객에게 ‘시장 전용 브랜드’처럼 인식되도록 구성했다. 배달은 지역 물류 스타트업과 협약을 맺어, 오후 5시~9시 사이 묶음 배달 방식으로 출고를 통일함으로써 배달 효율을 높이고 배송비를 절감했다. 수익은 공동 기획전(예: ‘3개 상점 묶음 패키지’, ‘시장 추천 세트’)을 통해 객단가를 상승시키는 방식으로 해결했고, 정기 프로모션과 단골 손님 쿠폰 프로그램을 디지털 셀이 운영함으로써 월간 반복 구매율 23%라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 시장의 핵심 성공 요인은 ‘상점 중심 운영’이 아니라 ‘디지털 팀 중심 운영’이라는 체계적 전환에 있었다.

사례 ③ 전남 ○○시장 – 자체 배달앱 개발을 통한 전면적 플랫폼 내재화

전남 ○○시장은 외부 배달앱과의 협력 대신, 자체적으로 개발한 전통시장 전용 배달앱을 통해 완전한 ‘시장 플랫폼 내재화’를 실현한 사례다. 이 앱은 전통시장의 운영 방식과 소비자 니즈를 반영하여, 여러 점포의 메뉴를 하나의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배달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를 기준으로 자동 묶음 배송 기능을 내장해 효율성을 높였다. 상점별 배달 응대가 아닌, 시장 공동 CS 센터가 실시간 응대를 담당하였고, 고객 문의에 대한 대응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했다. 또한 모든 참여 점포는 동일한 포장재를 사용하고, 시장 내 포장 교육을 사전 의무화함으로써 제품 수령 시 고객 경험의 일관성을 확보했고, 시장 로고가 들어간 스티커, 안내문, 쿠폰 등이 포함된 통합 배송 키트를 통해 ‘브랜드 감각’을 형성했다. 이 앱은 단순 주문 기능을 넘어서 시장 뉴스, 할인 일정, 상점 소개 인터뷰, 장보기 콘텐츠 등을 탑재해 고객의 충성도를 확보하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하였으며, 플랫폼 개발에는 지역 청년 스타트업이 참여해 기술 유지보수와 기획을 담당했다. 이 구조는 기술의 외주화가 아닌, 시장 내부의 콘텐츠와 운영 역량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고, 장기적으로 외부 플랫폼 의존도를 제거하는 데 유리한 모델로 평가된다.

성공 조건의 핵심 : 운영 부담의 분산과 유닛 단위의 중앙화

세 사례의 공통점은 모두 ‘점포 단위가 아닌, 시장 단위의 시스템 중심’이라는 점이며, 구체적으로 다음 다섯 가지 운영 설계가 성패를 가른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첫째, 주문 수락부터 포장, 배달 연계, 리뷰 응대까지 이어지는 흐름에서 상인의 역할을 조리·준비에만 집중시킨 역할 최소화 전략.
둘째, 디지털 매니저 또는 운영 셀을 시장 내부에 구축하여 실질적인 운영 주체를 확보한 중앙 운영 구조.
셋째, 공동 포장재, 브랜딩, 메시지 통일, 메뉴 구성의 가이드라인 등 일관된 고객 경험 제공 전략.
넷째, 배달비와 플랫폼 수수료 문제를 시장 단위로 협상하거나 공공 예산과 연계하여 비용 부담을 분산한 수익 모델.
다섯째, 단기 이벤트가 아닌, 지속 운영이 가능한 앱 콘텐츠 기획력과 고객관리 역량의 내재화.
결국 기술은 실행력의 조건일 뿐이며, 실행력을 만드는 것은 시장 자체의 구조 설계라는 점이 핵심이다.

결론 : 전통시장 디지털화에 있어 공동 운영은 ‘선택지’가 아닌 ‘전제 조건’이다

전통시장이 온라인 배달 생태계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시장 단위의 공동 운영 모델이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라 필요한 ‘전제 조건’이며, 배달은 물리적 이동 이상의 시스템이며 앱 하나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조직화, 분업화, 표준화, 브랜드화가 결합한 복합적 구조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까지 소개된 성공 사례들은 모두 기술이 아닌 운영 구조의 재설계에 집중했으며, 그 과정에 지역사회 자원과 인력을 전략적으로 배치하여 실행력을 확보했고, 이는 디지털 전환이 곧 시장의 운영 모델을 바꾸는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따라서 향후 전통시장이 배달 기반의 유통 모델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공동 플랫폼, 공통 운영 매뉴얼, 전문 인력 육성, 그리고 시장 단위 브랜드 전략 수립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며, 그 출발점은 상점이 아니라 ‘시장 전체를 하나의 운영 단위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