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골목상권) 디지털화

실제 실패한 전통시장 디지털 협업 운영 사례 분석

dh-news 2025. 7. 4. 07:36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전환 사업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나 홍보 지원을 넘어서, 시장 단위의 공동 운영과 점포 간 협력까지 포함하는 ‘디지털 협업 운영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도 더 이상 단일 점포에 스마트기기만 보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시장 전체의 플랫폼 입점, 공동 SNS 채널 운영, 청년 디지털 매니저 연계 등을 포함하는 협업 기반 디지털화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협업을 시도한 모든 시장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실제 일부 전통시장은 분명 협업 구조를 기반으로 디지털 전환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빠르게 중단되거나 갈등만 남긴 채 실패했다. 그 이유는 ‘협업’이라는 단어는 존재했지만, 구조·역할·운영 방식이 구체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전통시장에서 ‘협업형 디지털 운영’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례 3건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고, 어떤 구조적 보완이 필요한지를 분석해 본다.

실패한 전통시장 디지털 협업 운영 사례

 

 

사례 ① “공동 스마트스토어”가 점포 간 갈등으로 무산된 경북 ○○시장

경북 중부권에 위치한 ○○시장은 2022년 시장 상인회 주도로 ‘시장 공동 스마트스토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당초 목표는 점포별 개별 입점이 아닌, 시장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묶고, 공동 스마트스토어에서 상품을 통합 판매하자는 협업 방식이었다. 초기에는 15개 상점이 참여 의사를 밝혔고, 지역 청년 2명을 디지털 운영 인력으로 채용했다. 하지만 6개월 만에 공동 스토어는 사실상 운영이 중단됐고, 대다수 상점이 탈퇴하면서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다.

실패 원인 분석

  • 가격 경쟁 구조 미설정 : 유사 품목(예: 젓갈, 반찬, 마른안주)을 파는 점포끼리 가격 경쟁이 발생, 누구 상품을 공동몰 상단에 배치할 것인가에 대한 불신과 견해차가 커짐
  • 매출 기여도에 따른 수익 분배 갈등 : 더 많이 팔리는 상점과 적게 팔리는 상점 간의 운영비 분담률 및 배분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
  • 공동 브랜드 소유권 문제 : ‘문구, 스토어명, 후기, 이미지 등 콘텐츠 자산의 소유권’에 대한 합의가 사전에 없었음
  • 운영 총괄자 권한 부재 : 참여 점포가 늘었지만, 실질적으로 운영을 총괄할 수 있는 책임자 또는 조율 권한자가 없었음

 

사례 ② 라이브커머스를 협업했다가 중단된 충청 ○○시장

 

충청권의 한 전통시장은 2021년 시장 단위로 라이브커머스 스튜디오를 설치하고, 상점별 상품을 번갈아 가며 방송하는 협업 구조를 도입했다. 시장 조합이 방송 순서를 편성하고, 지자체가 콘텐츠 촬영 장비와 강사를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처음 2개월간은 8개 상점이 돌아가며 주 2회 방송을 진행했지만, 3개월째부터는 출연 신청이 끊겼고, 방송도 중단되었다.

실패 원인 분석

  • 방송 후 배송 처리의 과부하 : 상점 주인이 방송에 출연하고, 상품도 포장하고, 고객도 응대하는 1인 3역을 맡으며 과부하
  • 상점별 준비 수준의 차이 : 일부 점포는 제품 설명과 촬영에 익숙했지만, 고령 상인 다수는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함
  • 방송 후 사후관리 부재 : 방송 후 발생한 주문, 문의, 클레임 응대를 위한 공동 CS 인력이 배정되지 않아 혼란 발생
  • 정기적 콘텐츠 편성 실패 : 시장 단위로 운영하는 방송임에도 라이브커머스 편성표가 주먹구구식, 사전 콘텐츠 기획 시스템 없음

 

사례 ③ 공동 SNS 채널 운영이 실패한 전남 ○○시장

 

전남 남부권의 한 시장은 청년 창업자들과 협력하여 시장 공동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고, 시장 전체를 브랜드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시장 내 20개 상점이 참여하여 주별 콘텐츠 스케줄을 나누고, 각 점포의 인기 상품을 게시물로 홍보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초기에는 청년 디지털 파트너가 전체 운영을 맡았지만, 지원사업 종료 후 1개월 만에 채널 운영이 중단되었다.

실패 원인 분석

  • 상인들의 콘텐츠 협조 부족 : 사진 촬영 일정, 인터뷰 협조 등에 상인 일부가 비협조, 편차 심함
  • 채널 운영 인력의 교체 공백 : 디지털 파트너 청년이 퇴사한 후, 계정을 인수할 사람이 내부에 없었음
  • 성과 측정 지표의 부재 : 계정 팔로워 수나 게시물 수 외에, 실제 고객 유입, 구매 전환 등의 지표 추적을 하지 않음
  • 시장 전체 운영 전략과의 연결 단절 : SNS 채널이 매출, 예약, 오프라인 유입 등과 직접 연결되지 못함

 

결론 : 협업 모델의 실패는 곧 구조 설계 실패다

 

위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협업이 실패한 원인은 기술 부족이 아니라 협업을 가능하게 만드는 운영 설계가 부재했다는 데에 있다. 모두 ‘함께 하자’는 선언은 있었지만, 실제 그 ‘함께’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구조, 권한 분배, 책임자 지정이 없었다. 협업형 디지털화가 성공하려면 다음 3가지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

1. 공동 운영 권한 구조 명시

  • 디지털 매니저, 콘텐츠 책임자, 배송 관리자 등
  • 각 파트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문서화
  • 시장 조합 또는 운영협의회를 통한 의사결정 시스템 구축

2. 협업 인센티브 구조 설계

  • 참여도, 매출 기여도에 따른 차등 인센티브 구조
  • 탈퇴나 비협조 상점에 대한 운영 리스크 대비 조항 포함

3. 운영 인프라 이관 및 유지 매뉴얼

  • 외부 지원 종료 시, 상인조직 또는 지자체 내부 이관 체계 마련
  • 정기 운영자 회의, 콘텐츠 발행 스케줄, 계정 관리 지침 등 운영 매뉴얼 문서화

협업은 선언이 아니다. 협업은 구조이고 시스템이며, 실행을 위한 분업화와 조율이 설계돼야 한다. 실패한 시장들은 기술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기 위한 설계가 없었기 때문에 무너졌다. 앞으로의 전통시장 디지털화는 기술 이전에 반드시 ‘협업 시스템 설계도’부터 완성해야 한다. 그것이 진짜 변화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