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디지털화 협업 모델 설계
전통시장의 디지털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많은 전통시장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POS 시스템 설치, SNS 마케팅 시도 등 다양한 방식으로 디지털 전환을 시도했지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진 경우는 제한적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개별 점포 단위의 디지털화가 운영 부담을 높이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 명의 상인이 SNS 운영, 스마트스토어 관리, 고객 응대, 배송까지 도맡는 구조는 현실적으로 무너지기 쉽다. 이제는 전통시장 전체가 ‘협업을 전제로 한 디지털 전환 모델’을 설계하고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협업이란 단순한 상인의 협력만을 뜻하지 않는다. 지자체, 플랫폼 기업, 청년 창업가, 콘텐츠 제작자, 물류 사업자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 연결되어야 진짜 ‘시장 단위 디지털화’가 가능해진다. 이 글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실행할 수 있는 형태의 전통시장 디지털화 협업 모델을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문제 진단 : 왜 ‘혼자 하는 디지털화’는 실패하는가
많은 전통시장 상인은 디지털 도입 자체는 환영하지만, 직접 실행에 옮기기에는 벽이 너무 높다고 느낀다. 대표적인 문제는 다음과 같다:
① 인력과 시간의 한계
상인은 하루 종일 점포를 지키고 손님을 응대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스마트폰으로 상품 사진을 찍고, 상세 설명을 작성해 업로드하며, 고객 문의에 대응하고, 택배 포장을 준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② 기술 격차
특히 고령 상인의 경우, 스마트폰의 기본 기능에도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SNS나 스마트스토어 관리 화면 자체를 부담스러워한다. 결국 디지털화는 ‘지원받은 날까지만 작동하고 이후에는 멈춰버리는 사업’으로 남는다.
③ 협업 부재
디지털화는 ‘혼자서 해내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 많은 전통시장은 개별 점포 단위의 도입에 머무르고, 상점 간 협력 구조가 없다. 예를 들어 한 점포만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해도 시장 전체의 온라인 노출 효과는 거의 없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아무리 좋은 플랫폼이나 기술이 들어와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 따라서 디지털 전환을 시장 단위로 설계하고, 각 역할을 나누는 협업 모델이 필요하다.
협업 모델의 핵심 구조 : 역할 기반 분업과 집단 운영
전통시장의 디지털화는 단순히 온라인 판매 채널을 여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디지털 운영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능 중심의 협업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
① 콘텐츠 기획 및 제작팀
- 역할 : 사진 촬영, 상품 설명, 영상 제작, SNS 게시물 작성
- 주체 : 청년 크리에이터, 지역 콘텐츠 디자이너, 공공 일자리 프로그램 활용 가능
- 필요 이유 : 상인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대신, 전문가와 협업 구조로 운영 부담을 줄임
② 스마트 플랫폼 운영 관리자
- 역할 :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상품 등록, 주문 확인, 후기 관리, 배송 상태 체크
- 주체 : 시장 공동 운영조직 또는 외부 디지털 매니저 고용
- 특징 : 개별 점포가 아니라 ‘시장 공동계정’ 운영을 통해 작업 효율 극대화
③ 고객 응대 및 예약 관리 파트
- 역할 : 네이버 톡톡, 카카오 채널, 전화 주문 등의 응대 담당
- 운영 방식 : 시장별 공동 상담 인력 운영 / 로테이션 근무 가능
- 장점 : 상인 대신 고객 응대 전담 → 응답률 향상 → 재방문율 증가
④ 물류 및 포장팀
- 역할 : 주문 유형 포장, 배송 분류, 송장 출력, 출고 처리
- 협업 대상 : 지역 택배사, 배달업체, 시니어 배송 지원 인력 등
- 목표 : 상인이 직접 포장·배송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화
이렇게 역할을 나누면, 상인은 상품 제작과 현장 운영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디지털 운영팀이 분업화하여 처리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 구조는 1~2명이 모든 것을 담당하던 기존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하다.
협업 운영 방식 : 단일 상점이 아닌, ‘시장 공동 브랜드’
전통시장이 디지털화에 성공하려면 각 점포가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방식이 아니라, 시장 전체가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운영 방식이 효과적이다:
① 공동 온라인몰 운영
- 예 : ‘○○시장몰’, ‘○○마켓’, ‘○○시장 스마트스토어 브랜드관’
- 특징 : 개별 점포가 입점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자체가 하나의 셀러로 운영
- 장점 : 고객은 다양한 상품을 한 번에 구매 가능 / 상점 간 교차 구매 유도
② 공동 SNS 채널 운영
- 방식 :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를 ‘시장 이름’으로 운영
- 콘텐츠 : 상점 소개, 인기 상품, 이벤트, 고객 후기
- 효과 : 브랜딩 + 검색 노출 + 신뢰도 모두 확보 가능
③ 수익 배분과 인센티브 구조 설계
- 구조 : 공동 매출에서 일정 비율은 운영팀에, 나머지는 참여 점포에 분배
- 장점 : 디지털 운영이 노동이 아닌 ‘수익화할 수 있는 활동’으로 전환됨
- 팁 : 참여 점포 수에 따라 점진적 인센티브 적용 (참여 유도 가능)
이러한 운영 방식은 단순히 온라인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하나의 브랜드이자 플랫폼처럼 작동하도록 만든다.
이는 장기적으로 시장 내 청년 창업 유입과 고객 충성도 확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론 : 지속 가능한 디지털 전환은 ‘혼자가 아닌 함께’에서 시작된다
디지털화는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 방식을 새롭게 설계하는 일이다. 전통시장이 변화에 성공하려면 상인이 모두 다 할 수 있다는 전제를 내려놓고, 시장의 구성원과 외부 자원을 조직적으로 연결하는 협업 구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전통시장의 디지털화가 정착되지 못했던 이유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시장 구조 안에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설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필요하다.
- 전통시장을 위한 시장 단위 디지털 운영 매뉴얼,
- 지역 맞춤형 청년-상인 디지털 파트너십 모델,
- 운영 지속을 위한 공공+민간 협업 자금 구조 설계
전통시장 디지털화의 성공은 단일 점포가 아니라, 시장 전체가 연결될 때 시작된다. 디지털 시대에도 시장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경쟁력을 모두가 나눌 수 있도록 설계하는 협업의 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