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장시장 라이브커머스 도입 – 본격적인 디지털화 시작
서울 종로에 위치한 광장시장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시장으로, 다양한 먹거리와 수공예품으로 국내외 관광객에게도 유명한 장소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하고 내수 소비가 위축되면서 시장의 분위기는 눈에 띄게 침체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장시장 상인회와 서울시, 그리고 민간 플랫폼 기업이 손을 잡고 전통시장 최초로 라이브커머스를 도입하는 실험에 나섰다. ‘시장=오프라인’이라는 기존 인식을 깨고, 시장 상품을 온라인 생중계로 판매하려는 시도는 당시에는 매우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이 변화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서, 전통시장 디지털화의 핵심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라이브커머스 도입의 배경과 준비 과정
광장시장에 라이브커머스를 도입하기까지는 단순한 장비나 기술 도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서울시는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촬영 장비와 상품 진열, 조명, 상품 설명 스크립트까지 전 과정에 전문가가 투입되었다. 광장시장 상인 중 일부는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다”고 이야기할 만큼, 방송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전문 MC와의 협업을 통해 실시간 소통에 익숙해지면서, 상인들은 점차 자신만의 언어로 고객과 대화하는 법을 배웠다. 특히 먹거리 부스에서는 조리 과정을 생중계하고, 실시간 댓글을 통해 고객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반응을 얻었다.
상인과 고객의 반응, 그리고 실질적인 성과
라이브커머스 방송 이후 광장시장 일부 점포는 방송 당일에만 수십 건의 주문을 받기도 했다. 평소에는 시장을 방문하지 않던 20~30대 고객들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상품을 접하게 되었고, ‘전통시장=불편한 공간’이라는 고정관념을 어느 정도 깨뜨리는 효과도 있었다. 실제로 한 젓갈 반찬 전문점은 “평소엔 근처 직장인 위주로 장사했는데, 이제는 전국에서 주문이 들어온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고객들 또한 신선도나 가격, 서비스에 대한 궁금증을 실시간으로 묻고 답을 들을 수 있어 기존 온라인 쇼핑몰보다 신뢰감이 높다는 평을 내놓았다. 이는 곧 재방문율과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졌고, 상인들에게도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제공했다.
앞으로의 과제와 확장 가능성
광장시장의 라이브커머스는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기 방송 편성, 꾸준한 콘텐츠 기획, 기술적 지원 등 지속 가능성을 위한 체계적인 구조가 필요하다는 과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특히 상인들 개개인이 콘텐츠 제작과 고객 응대를 병행하는 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으므로, 지역 청년 또는 전문 콘텐츠 제작팀과의 협업이 장기적으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앞으로 광장시장은 단순한 실험 단계를 넘어, 타 전통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디지털 전환의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전통시장이 더 이상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디지털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례는 매우 의미 있는 출발점이다.